[주술회전 드림] 대천세계 구천공양大天世界 九泉供養

주술사가 며칠에 걸쳐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흔한 일. 그렇지만 이렇게 직접 경험해보는 것은 처음이다. 시나는 새하얀 린넨 시트와 이불을 쓸어보며 마른침을 꼴딱꼴딱 삼켰다. "머리는 다 말렸어?" "으, 응." "금방 말렸네? ....뭐야. 이거 왜 안켜져?" 시나는 서둘러 화장대로 가서 노바라에게서 드라이기를 건네받고 만지작거렸다. 늘 쓰던 것과는 다른 디...

버블 붕괴의 여파는 2018년에도 곳곳에 남아있었다. 1학년들이 도착한 장소는 공사가 중단된 폐건물이었다. 붕괴되어 흔적만 남은 담장. 창문도 없이 네모난 콘크리트 골격도 세워지다 말았고 건물의 가장자리와 꼭대기에는 녹슨 철골이 삐죽삐죽 솟아 있다. 호텔을 짓다 부도가 나는 바람에 이 꼴이 되었다 하는데 얼마나 호화로운 호텔을 짓고 싶었던 것인지 건물과 담...

영화를 보는 동시에 주력의 출력에 신경쓰는 일은 퍽 까다로웠다. 무엇보다 친구들과 함께 소파에 붙어앉아있다는 점이 곤란했다. 주력 조절이 조금만 미숙해져도 곰인형이 냅다 몸부림을 치니 같이 영화를 보고 있는 친구들에게도 민폐였다. 메구미는 처음에만 놀라서 펀치를 날리다가 두 번 째 영화가 재생될 쯤에는 인형이 수상한 낌새를 보이는 순간 이타도리에게서 슬쩍 ...

게토 선생님이 붙여준 탐지용 주령이 숨어있던 주령을 발견했다. "이번에는 너 혼자 싸워봐.""네? 선배는요?" "참관. 네가 어느 정도까지 봐줄테니까 평소에 하던대로 해봐.""그렇지만 이번 임무는 저희 둘이서,""해.""옙." 불합리한 명령이었지만 이타도리는 알아서 찌그러졌다. 자기때문에 선배의 여동생이 자리보전하고 있다. 젠인 마키의 앞에서 이타도리는 철...

반전술식으로 흉터를 지우는 것은 쉽다. 그런데도 갈아탄 육체의 이마에 흉터를 남겨놓는 것은 능력의 유지 및 증폭을 노린 구속 때문이었다. 특급 주령들 속에서 그는 문득 하늘을 바라보았다. 긴 세월 속에서도 밤하늘에 점점이 박혀있는 저 별빛星点 만큼은 거의 변화하지 않고 켄자쿠와 함께 천년을 버텼다. 너는 어디에 있을까. 홍성궁의 히키코모리는 언제나 그 자리...

"벌레 떼 같구만.""그럼 당신은 살충제인가?""말이 좀 심하지 않아?""후후. 사냥 솜씨는 어지간한 살충제보다 낫던데?" 후시구로 토우지는 짊어지고 있던 바디백 다섯포대를 영안실 바닥에 우르르 쏟았다. 토우지와 함께 영안실로 들어온 메이메이는 바디백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이에이리 쇼코는 염습대 위에 올려둔 시신에서 눈을 떼지 않고 적당히 손짓했다. "전...

"다들 괜찮아?""고죠 선생님.""선생님!" 고죠 사토루가 1학년 기숙사의 공용 공간으로 쳐들어와보니 이미 소파가 포화상태였다. 2인용 소파가 미어지도록 끼어 앉아있던 세 학생은 저마다의 성격대로 담임 선생을 맞이했다. "다들 크게 다친 곳은 없지?" 그것은 질문이 아닌 확인이었다. 괴괴한 침묵 속에서 셋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거나 아예 시선을 돌려버리기...

교복 안쪽 시나의 가슴팍이 움푹 패여있을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이타도리는 두 팔로 시나를 끌어안고 몸을 웅크렸다. 상처에 빗물이 들어가면 안된다는 생각에서 나온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시나는 축 늘어진 채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렇게나 가까이 있는데 호흡도, 심박도 느껴지지 않는다. 뒤늦게 달려온 노바라가 뭐라고 고함을 친다.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후...

"어둠에서 나와 어둠보다 더 검게. 그 부정함을 씻어 정화하라." 이지치 키요타카의 속삭임에 하늘에 검은 어둠이 맺혔다. 장막이었다. 검은 밤하늘을 듬뿍 펴바른다면 이런 느낌일까. 별다른 제약 없이 장막을 내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시나는 어지간하면 자신의 손으로 장막을 치고 싶지 않았다. 주술사라면 누구나 할 수 있을 만큼 쉬운 결계라지만 정작 시...

마키는 임무가 끝난 뒤에야 도쿄 고전에 젠인 나오야가 다녀갔다는 소식을 접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마키도 이번 안건에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릴 수 밖에 없었다. 마키는 보조감독의 차가 도쿄 고전이 있는 산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계단을 뛰어올라가 기숙사로 직행했다. 젠인 나오야는 지독한 개새끼였다.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걸 인생의 낙으로 여기던 놈. 마키...

주술사의 싸움은 링 위에서 벌어지지 않는다. 도쿄 고전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산과 숲까지도 기꺼이 수업에 활용했다. 다양한 환경에서의 전투 경험을 쌓기 위한 커리큘럼대로 체육 수업이 시작된지 5분. 후시구로 토우지의 박력에 놀라서 전력질주를 하고 만 시나는 이타도리의 팔뚝에 앉은 채로 축 늘어져 있었다. 이타도리는 주변을 경계하면서도 안아들고 있는 시나를...

이번 임무는 간단했다. 오히려 쿠기사키와 이타도리가 서로 먼저 주령을 퇴치하겠다고 달려나갔다가 후시구로가 어부지리로 잡아버리는 바람에 벌어진 실랑이가 더 길었다. 임무 장소가 고전에서 가까웠으므로 보조감독은 상황이 종료되었음을 확인한 뒤 도움이 필요한 다른 주술사가 있는 곳으로 차를 몰고 떠났다. "점심이나 먹고 갈래?" "...그럴까." "당연히 먹어야지...